
안녕하세요. 귤그램 금귤입니다.
오늘 가져온 이야기는 조금 특별해요. 바로 작가 초록담쟁이의 '사계절 컬러링북'과 함께한 따뜻한 휴식 시간인데요.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를 정성스레 담아내어 마치 작가가 우리의 인생 전체를 다독이며 이야기해 주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140페이지에 달하는 풍성한 분량에 부록도 10장 정도 더 들어있어, 컬러링북치고는 꽤 묵직한 두께감이 느껴지는 든든한 책이에요.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 그림들이 저를 까마득한 어린 시절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여러분도 기억하시나요? 엄마가 외출한 사이, 몰래 안방 화장대 앞에 앉아 엄마의 커다란 구두를 신고 빨간 립스틱을 삐뚤빼뚤 발라보던 그 설레는 순간을요.
엄마가 돌아오시기 전, 찰나의 변신

"엄마 옷 꺼내 입고 입술 바르고, 아이섀도도 발라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 시간 가는 줄 몰랐나 봐요."
컬러링북 속 한 페이지에는 한 소녀와 검은 고양이가 엄마의 화장대에서 한껏 꾸미기에 열중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자니 제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졌어요. 저도 동생이랑 화장품을 찍어 바르다가 엄마가 아끼시는 립스틱을 뭉개놓기 일쑤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엄마는 한 번도 딸들의 '저지레'를 보고 혼내신 적이 없더라고요. 뭉개진 화장품보다 딸아이의 해맑은 호기심을 더 소중히 여겨주셨던 마음, 그 사랑을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여름날 평상에서의 낮잠, 목욕 후 마시던 시원한 음료수, 할머니의 포근한 꽃 이불 등 우리가 한 번쯤은 지나왔을 보편적인 일상의 순간들을 담고 있어, 나도 모르게 깊은 추억에 잠기게 만듭니다.



컬러링, 무너진 마음을 다시 채우는 시간
우리는 매일 바쁜 일상 속에서 타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사느라 '나다움'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에 집중하는 것이 뇌의 휴식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색연필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 소음이 잦아들고 오직 나와 그림만이 남는 '몰입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특히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그림을 색칠하는 것은, 내면의 아이를 보듬어주는 치유의 과정이 되기도 하죠.

오직 나만을 위한 색으로 머무는 시간

오늘 하루 마음이 소란스러웠다면, 잠시 모든 소음을 끄고 책상 앞에 앉아보세요. 완벽하게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은 책상 한 구석에 밀어두어도 좋습니다. 선 밖으로 색이 조금 나가면 어떤가요. 어린 시절의 내가 그랬듯, 그저 손길이 가는 대로 좋아하는 색을 집어 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사각거리는 색연필의 질감과 종이가 부딪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뾰족했던 마음도 조금씩 둥글게 깎여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림 속 아이의 입술에 붉은색을 얹으며, 그때 나를 말없이 웃어주셨던 엄마의 온기를 다시 한번 떠올렸습니다. 그 따뜻한 기억의 색들이 오늘 당신의 지친 빈칸을 빈틈없이 채워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어른이 되어 다시 색연필을 잡는 이유는, 화장품으로 얼굴을 꾸미던 그때보다 마음을 다독여야 할 일이 더 많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한 권 품에 안게 되신다면, 작가 초록담쟁이가 그려낸 사계절 중 어느 페이지가 여러분의 마음을 가장 먼저 두드리는지 가만히 찾아보는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해요.
저에게 그 페이지는 유독 시리고도 따뜻했던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외할아버지가 뚝딱뚝딱 만들어 주신 썰매를 타고 친구들과 시골 온동네를 누비며 하얀 눈을 맞았던 그 소중한 기억이 그림 위로 겹쳐 보였거든요. 여러분에게도 분명 그런 보석 같은 계절이 숨어있을 거예요.

어린 시절 저를 혼내지 않고 가만히 웃어주셨던 엄마의 마음처럼, 오늘 하루 실수투성이였던 당신을 제가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신이 어떤 색으로 삶을 채워가든, 당신은 소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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